노년에 대한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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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년에 대한 소설

내가 올해의 작가를 뽑는다면 단연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다. 올해 《오 윌리엄!》 으로 시작했으니 다소 입문이 늦었다고 볼 수 있지만, 겨울부터 봄까지 스트라우트의 루시 바턴 시리즈를 모두 읽었다. 이제 초기작인 《올리브 키터리지》만 남았다. 언제나 완전히 이해할 수 없는 자신과 타인의 내면. 스트라우트는 그 미스터리를 소중하게 다룬다. 모든 작품이 좋았다.

스트라우트의 책을 한 권씩 읽어가면서 아무래도 윌리엄을 나랑 비교하게 되었다. 윌리엄이 주인공으로 나오는 《오 윌리엄!》 에선 그의 역사적 배경에서 비롯된 트라우마와 여성 편력에 감정이입하기 어려웠지만, 그가 주변인으로 나오는 다른 작품에서의 모습은 내가 막연히 상상하던 노년과 어느 정도 비슷했다.

작가와 결혼한 남성. 정확히는 작가가 될 수 있는 사람을 파트너로 만난 남성. 자기중심적이고 속물적인 사람. 밥 버지스처럼 선한 마음은 가져본 적도 없고 그게 무엇인지도 모르는 사람. 은퇴 후 뉴욕과 메인을 오가며 가족들을 챙기고, 메인 토박이들의 거부감 따위는 전혀 신경쓰지 않는 모습. 가족을 많이 만든 것만 빼면, 나는 윌리엄에게 충분히 이입할 수 있었고 그리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다.

"저기, 루시, 난 아기가 아들이었다면 더 좋았을 것 같아." 내 내면 깊은 곳에서 뭔가가 쿵 떨어지는 것 같았고, 나는 그것에 대해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늘 그 순간을 기억하고 있다. 당시에 나는 생각했다. 음, 적어도 그는 솔직하기는 하잖아. 우리에게는 이렇게 서로에게 놀라거나 실망하는 일들이 있었다, 그게 내가 하려는 말이다.
-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 《오 윌리엄!》

《에브리맨》은 내가 윌리엄으로 막연하게 그렸던, 약간은 희망적인 노후의 이미지를 모조리 지워버리는 책이었다. 윌리엄과 에브리맨 모두 백인 화이트컬러이며, 노년이 되어 빈곤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되는 상황이다. 적어도 가난이라는 문제 하나는 제외할 수 있는 노년이다. 비겁하지만, 내가 이들에게 감정이입할 수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하지만 《에브리맨》에서 상류 계급 백인 노인들이 모여사는 마지막 거주지의 모습은, 돈이 있다고 노년의 삶은 피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고 필립 로스가 세상을 향해 소리 지르는 것 같았다.

물론 여기서도 희망을 찾으려는 나의 시도는 계속되었다. 에브리맨이 저지른 인생의 실수들. 자신을 사랑하는 사람들을 떠나보내는 거짓말과 자기기만을 피하면 괜찮지 않을까? 그 외로움의 상당 부분은 스스로 자처한 것 아닐까? 적어도 육체적 쇠약만큼은 내가 조금 더 운이 좋지 않을까.

맞다. 그럴 수도 있다. 하지만 이것 역시 남은 세월 동안 확인해야 하는 것이다. 내 운도, 내 품성도.

“현실을 다시 만들 수는 없어요" 낸시는 아버지에게 그 말을 돌려주었다. "그냥 오는 대로 받아들이세요. 버티고 서서 오는 대로 받아들이세요."
- 필립 로스,《에브리맨》

이어서 읽은 작품은 역시 노화가 주제일 줄 알았던 라비 알라메딘의 《불필요한 여자》다. 처음 제목만 보고는 현대 노년 여성의 이야기일 줄 알았지만, 예상과 달리 문학에 대한 찬가에 가까운 소설이었다.

나뿐만 아니라 누가 베이루트의 성채(그 건물은 하나의 마술적 공간이다)에 사는 알리야에게 쉽게 감정이입할 수 있을까? 알리야는 누구에게나 감히 이해한다고 말하기 어려울 만큼 먼 존재다. 우리 모두에게 타인이었고, 그래서 오히려 조금 마음을 내려놓고 즐길 수 있어 안도감이 들었다. 하지만 애초에 내가 제목에서 상상했던 이야기도 궁금했다. 역사적 상흔이 지금도 이어지는 베이루트가 아니라 평범한 1세계에 살고, 알리야처럼 문학이라는 내면세계를 구축하지도 못한 독거 노인의 삶.

나는 책을 읽을 때, 나와 책을 가르는 장벽이 조금이라도 무너지게 하려고 애쓴다. 언제나 성공적인 것은 아니지만 최선을 다한다. 책에 연루되려고 애쓴다.
나는 라스콜니코프이다. 나는 K이다. 나는 험버트이고 롤리타이다.
나는 당신이다.
- 라비 알라메딘, 《불필요한 여자》

윌리엄에게는 가족과 사회적 관계가 있고, 노년에도 풍족한 자원이 있다. 에브리맨에게는 자녀와 과거의 추억이 있다. 알리야에게는 책과 번역으로 이루어진 문학의 세계가 있다. 이 셋 중 어느 것도 자신을 충분히 지탱해줄 만큼 가지지 못한, 현실적이고 평범한 노년은 어떤 모습일까?

모두가 외면하고 싶은 극사실적인 주제라 아직 그런 소설이 없는지도 모르겠다. 아니면 이미 많이 쓰였는데 내가 모른 척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아직은 윌리엄이나 알리야처럼, 노년에도 무언가가 나를 지탱해줄 것이라고 믿고 싶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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